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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폐쇄가 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 제12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고리 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하기로 했다. 관리·감독 기관의 권고는 한수원의 원전 수명연장 결정에 구속력을 발휘한다. 운영 허가가 만료되는 2017년 6월18일을 끝으로 고리 1호기는 전력 생산을 마치고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며 국내 원자력발전의 막을 연 원전이다. 2008년 한 차례 수명연장을 거쳐 올해로 37년째 가동 중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고장과 비리 등 말썽과 잡음이 끊이지 않아 ‘노후원전’ ‘사고원전’ ‘비리원전’ 등의 오명도 얻었지만 한국 원전산업의 견인차이자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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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구정지와 폐로 또한 국내 37년 원전 사상 처음 경험하는 일로 그 역사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한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이번 결정이 시민과 여론의 뜻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다. 산업부와 한수원 측은 애초 안전성과 경제성에 별 문제가 없다며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과 부산시, 여론 등이 가세해 폐로 쪽으로 돌려놓았다. 지역·시민사회의 결집된 힘이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폐로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정부가 정치·사회적 고려를 반영해 폐로 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나름의 평가를 받을 만하다.

폐로는 그동안 경험한 적이 없고 준비도 안돼 있는 새로운 도전이다. 원전 설계나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갖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실제 해체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폐기물 처리나 소요 비용 등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불투명하다. 이번 폐로 결정 과정처럼 지역·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안전한 폐로 절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고리 1호기 폐로가 원전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할 시설을 2051년까지 건설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과 그 일정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또한 원전 역사 37년 동안 묵혀두었던 난제 중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고리 1호기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의 난제 앞에서 신규 원전 확대를 고집하는 것은 현 세대의 안전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모두 외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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