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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할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당초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8억5100만t을 기준으로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를 각각 감축하는 4가지 시나리오가 청와대에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1·2안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다. 한국환경회의와 에너지시민회의는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로 전락시키는 계획”이라며 반발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15~19% 감축 유력 등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보도대로라면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어느 안을 선택하든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 BAU는 7억7610만t이며, 목표를 달성하면 5억4300만t을 배출하게 된다. 2030년 BAU를 8억5100만t으로 설정한 것은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가장 높은 감축률인 4안을 따르더라도 5억8463만t을 배출해 2020년 목표치보다도 후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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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레이(ICLEI, 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nitiatives) 세계기후환경총회가 열리고 있는 지난 4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총회 참석자들, 일반 시민들이 거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총회에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선언했다. (출처 : 경향DB)


이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2014년 페루 리마 회의(COP20)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후퇴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다 G20 국가다. 온실가스 배출 총량도 세계 7위다.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이기도 하다. 국제적 역량과 책임에 부합하는 ‘자발적 기여 방안(INDC)’을 마련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세계 주요국이 기존 계획보다 진일보한 INDC를 제출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이 유독 후퇴하는 안을 내놓는다면 국제적 비난과 압박을 자초할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2005년 배출량 대비 최소 20%, 최대 40% 감소한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 목표치에서 후퇴하지 않는 안을 제시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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