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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고위공직자 2302명의 정기재산변동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15억3400만원에 10명 중 7명꼴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도 이들 고위공직자가 늘린 재산이 평균 2억원에 달한 데 대해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재산이 늘고 줄고의 문제를 떠나,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허무는 직계 가족의 ‘고지(告知) 거부’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매년 공직자 재산 공개 때마다 문제점과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유야무야되면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심각한 행태가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재산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중 부모나 자식 등 직계 존비속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고지 거부’ 비율이 26.9%에 달했다. 4명 중 1명꼴로 가족 재산 고지를 거부한 셈이다. 게다가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하는 비율은 힘 있는 기관과 공직자일수록 높다. 국회의원은 37.3%가 부모나 자식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고, 법원 고위공직자는 그 비율이 46%에 달한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고지 거부 비율도 평균보다 높다. 권력과 지위가 높은 공직자들이 이렇게 ‘고지 거부’를 남발할 경우 재산 공개 제도 자체가 형해화되기 십상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15년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공개한 26일 국회사무처 직원이 재산공개 내역이 담긴 국회 공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재산을 등록한 의원 292명 가운데 239명(81.8%)의 재산이 증가했다. (출처 : 경향DB)


공직자는 재산 변동 내용을 신고할 때 본인뿐 아니라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의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 허가를 받아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는 있다. 공직자 가족이라고 해도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다면 사생활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그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위장양도나 편법상속 등 공직자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고지 거부제’가 이용될 소지가 크다. 가령 공직자가 재산을 부모나 자녀에게 명의신탁하거나 변칙증여한 뒤 고지를 거부하면 실체를 규명해낼 도리가 없다.

가족 재산 고지거부제가 공직자의 성실한 재산신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가족 재산을 공개한 공직자들이 외려 불이익을 받는 현행 제도는 불공정하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 거부를 아예 못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일정 직급 이상 공직자는 가족 재산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가 부실한 ‘고지거부제’ 같은 구멍 때문에 단순 통과의례로 전락하게 놔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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