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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공주우체국 집배원 이모씨(34)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이씨 사망 하루 전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 등으로 숨졌다. 집배원들의 잇단 죽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사망한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는 331명에 달한다. 이 중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82명이 숨졌다. 34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집배원이라고 한다. 

집배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나쁜 노동조건과 저임금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2016년 자료를 보면, 집배원들은 한 해 평균 2888시간을 일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보다 800여시간이나 더 길다. 그럼에도 상당수 집배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고용의 외주화’에 있다. 전국의 집배원 2만여명 중 35%는 별정국 집배원, 상시계약 집배원, 특수지 집배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 하는 일은 국가공무원인 우정직과 다를 바 없는데도 직군에 따라 절반도 안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새벽 어머니와 살던 세종시 자택에서 과로로 숨진 30대 비정규직 집배노동자 이은장씨가 이른 출근을 위해 전날(12일) 밤 거실에 미리 준비해 둔 집배원 조끼. 조끼 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잔돈, 우편물도착안내서, 볼펜, 매직, 자동차 키, PDA 배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정대연 기자

인력을 늘리고, 임금 차별을 해소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우정사업본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년 4000억~5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인력 충원을 머뭇대는 것은 법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은 우편사업과 금융사업 간 교차 보조를 허용하고 있는데, 정작 우정사업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황당한 것은 우정사업본부가 매년 수백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12년간 총 7200여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출자자인 정부에 대해 일종의 ‘배당’을 한다는 것인데, 집배원들은 늦은 밤까지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부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니 온당치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퇴직공무원의 자리 보존을 위한 산하기관 내 ‘자리’를 늘리고, 이들 기관에 과도한 위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말까지 무기계약직인 상시계약집배원 30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공무원 임금도 단계적으로 올린다고 한다.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장 모자라는 인원을 충원하고 임금 차별을 해소, 집배원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돌려줘야 한다. 잘못된 재정 구조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집배원들의 계속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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