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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용산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같은 날 서울 응암동에서는 불법도급 근절촉구 집회를 개최한 노동자가 하청건설사 간부가 휘두른 흉기에 다쳤다. 노동절을 앞둔 한국 노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 땅의 노동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 속 노동자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민주노총이 지난 1년간 진행한 노동상담 7172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자의 84%는 노조가 없었으며 상담자 72%가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다. 상담 내용은 임금, 해고·징계, 노동시간 순이었다. 많은 상담자들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서 잦은 임금 체불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기사,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화물운송 노동자 등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가 221만명이나 됐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한국 노동상황을 ‘최악’으로 평가한 것은 당연하다.   

영세사업·특수고용 노동자가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결성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방침에 힘입어 조합원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의 노조 결성률은 아직도 10%대에 불과하다. 20~30%인 유럽의 절반도 안된다. 여기에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3권 보호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 여건상 조직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 영세사업장·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일이다. ILO는 고용관계를 떠나 노동자라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단체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부쳐 논의해 왔다. 경사노위는 지금까지 40여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경영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노사 양측에서 공격받는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나 노사협의를 통한 노동권 보장은 쉽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의 조직화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 정부도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사회적 대화기구에만 맡길 게 아니라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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