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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을 보면 지난해 정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831만명으로, 한 해 전보다 33% 급증했다. 생산가능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셈이다. 이 수치만 보면 한국에서 일자리는 차고 넘쳐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는 9만7000명에 불과했고, 실업자는 107만여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실업률도 3.8%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사업에 20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이처럼 심각한 고용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정부의 일자리사업 정책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일자리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뒤 6개월 이상 일하고 있는 사람은 65만여명에 그쳤다. 짧은 일자리 경험을 징검다리 삼아 민간기업 취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직접 일자리사업’에 81만여명이 참여했으나 취업률은 17%에 그쳤다. 직업훈련 참여자 346만명 중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은 30만명이었고 이 중 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46%에 그쳤다. 고용장려금 참여기업이 실제 고용한 인력도 13만여명이었고 이 중 15%는 6개월 안에 일터를 떠났다. 고용·새일 센터를 통해 44만명이 취업했으나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6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장년고용안정지원금과 고용안정장려금 사업 등 내용은 같으면서 이름만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자리사업이 중복지원에 ‘알바’ 수준의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치고, 취업상담·고용유지 수준에 머물렀다면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도 올해부터 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저성과사업은 ‘일몰제’를 도입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하는 등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을 25조원으로 대폭 늘리면서도 직업훈련 예산은 4.8%를 줄여 2조1700억원만 편성했다고 한다.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취약계층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주목적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사업 등 새로운 기술문명이 산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은 인력이 고용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돈만 쏟아부어 질 낮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숫자에만 매몰되지 말고, 고용난을 타개할 현실적인 일자리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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