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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8일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시행 방안을 논의하며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날 회의는 탄력근로제를 논의한 경사노위의 마지막 회의였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12월20일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탄력근로제를 논의했지만,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 두 달에 걸친 사회적 대화기구의 노사 합의 노력은 무위로 끝나게 됐다. 

탄력근로제란 단위기간 동안 업무량을 조정해 평균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단위기간 최장 3개월 이내에서 평균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 전면 실시를 계기로 재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시간 개악에 나선 셈이다.

18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철수 노동시간개선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1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던 회의는 이철수 위원장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려는 민노총 등 장내 정리를 이유로 2시간 20분여 뒤에 열렸다. 민노총은 결국 경사노위 박태주 상임위원에게 입장문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논의 단계부터 신중했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제가 정착되기도 전에 등장했기 때문에 노동자보다는 사업주의 요구를 앞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다. 최근 노동자의 잇단 과로사에서 보듯 탄력근로제가 더 많은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 것을 명약관화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합의에 앞서 저임금·장시간에 시달리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동계와 협의했어야 한다.

노동계가 극력 반대하는 탄력근로제를 경사노위에 상정한 것도 따져볼 문제다.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해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하려 했지만, 노사 간 의견차가 너무 컸다.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한 사안을 경사노위의 안건으로 올린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데도 경사노위는 논의 결과를 국회에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한다.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당초 국회는 2월 임시국회 회기 전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기를 다투어 처리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탄력근로제 논의에 앞서 노동계의 입장과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우리 사회의 주 52시간제 정착과 ‘삶의 질 향상’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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