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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를 누가 내느냐를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 간 대립이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간 갈등에 이어 여야 정치공방으로 번지더니 이번에는 청와대까지 뛰어들었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그제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무상급식은 아니며, 무상보육은 법적으로 교육청 책임”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일국의 수석이라는 사람이 공약을 네 편 내 편으로 가르는 것을 보면 그 얄팍한 속을 따지기에 앞서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사실과도 다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무상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고, 당선 후에는 “중앙정부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선 공약집 어디에도 지방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법적 책임’ 대목도 문제다. 영·유아법 시행령에는 어린이집 보육료를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위법인 영·유아법은 중앙정부 등이 맡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법을 무시하고 하위법령을 따르라는 말이 된다. 더구나 이 시행령은 중앙정부만 참석하는 국무회의에서 개정됐다. 안 수석 발언은 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 책임회피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5일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을 제외한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_ 연합뉴스


교육복지는 시대적 대세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니 박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여야 정당이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앞다퉈 관련 공약들을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청와대가 재원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서로 네 탓만 하는 저급한 책임공방을 계속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교육감들의 3개월치 어린이집 보육예산 편성 결정으로 보육대란을 겨우 넘겼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당장은 추가적인 어린이집 보육료 재원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교육복지 방향과 재정의 큰 틀을 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긴요하다. 그런 점에서 복지문제를 논의하는 국민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여야 대표의 지난달 제의가 눈에 띈다. 물론 국민적 논의기구의 성격에 대한 여야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여당은 복지를 줄이자는 것이고 야당은 증세와 부자감세로 복지 재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지금 확산 중인 교육복지 논란의 본질적 쟁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교육 복지 문제의 근본 해법을 강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더욱 절실한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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