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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홍준표·안철수·심상정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교육부 축소·폐지와 대통령 직속 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교육부 존폐론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진보·보수가 한목소리로 교육부 축소·폐지를 얘기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누가 당선되든 새 정부에서는 중앙과 지방 교육행정 조직의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들의 교육부 축소·폐지 공약은 교육부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살인적인 입시 경쟁과 장시간의 학습 노동에 내몰리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교육부는 그동안 너무나 무기력했다. 해법을 내놓기는커녕 시·도교육감들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총장 임명권과 예산지원을 위한 평가권을 이용해 대학의 자율권을 제약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반교육적·반민주적 작태를 저질렀다. 정부가 관피아 척결을 위해 공직자윤리법까지 마련했지만 교육부 퇴직 관료들은 사립대학 총장과 교수 등으로 제2의 인생을 누리고 있다. 현직 후배 관료와 유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 문제 해결은 제쳐놓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가진‘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교육부를 없앤다고 이런 폐단이 사라지고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해경을 해체한 꼴이 될 것이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교육부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지난 20년간 교육부 조직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실·국은 큰 변화가 없지만 실무 단위인 과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19개에서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38개로 2배 늘었다. 학생수가 줄고 교육자치제 로 중앙정부의 업무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없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교육부를 과감하고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내실화해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분야를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국립대학 사무국장과 각 시·도교육청의 부교육감 직책을 교육부 관료들이 독점하며 기관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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