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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 JTBC 손석희 앵커를 자르라고 압박했다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폭로했다. 홍 전 회장은 최근 유튜브에 올린 인터뷰 동영상에서 “구체적으로 받은 외압이 다섯 번에서 여섯 번 된다. 이 중 대통령의 압력도 두 차례나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어 “외압을 받아서 (손석희) 앵커를 교체한다는 건 제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권의 언론 통제는 그 자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방송사 사주를 향해 한 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특정 앵커의 교체를 요구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홍 전 회장이 “언론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위협을 느꼈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 홍 전 회장 측근이 또 다른 인터뷰에서 전한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2016년 2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했는데, 이날 대화의 절반은 손석희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이같은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자 박 전 대통령은 JTBC에 광고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관련 기업의 오너를 통해 우회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광고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니 스스로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였음을 부정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전 회장이 3월 26일 오후 서울 W스테이지 서소문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열린 강연시리즈에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월드컬처오픈은 열린 문화운동의 하나로 공익 실천을 위한 현장활동가들의 협업과 교류를 위한 단체로 홍 전 회장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 등 언론사 인사와 보도에 개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통해 방송사를 장악한 뒤 보도를 통제했다. 세월호 사건 때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비판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청와대는 이런 장난을 치고도 정상적 업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을 때도 청와대가 통일교 재단에 사장 교체를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홍 전 회장은 청와대의 외압이 지난해 10월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정권의 힘이 약해진 뒤에야 사라졌다고 했다. 민영방송에까지 이렇게 개입했다면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있을까 싶다. 세계일보 사장 교체도 청와대 작품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들 외에 어느 언론에 대해 어떤 압력이 더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두 정부의 언론 개입 전모를 밝혀내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일로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문제가 더 이상 지체될 수 없는 과제임이 새삼 확인됐다. 언론개혁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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