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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검찰 자체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1일 내놓은 개혁안 요지는 3가지다.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고, 외부 파견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공판부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검사장의 전용차량 이용은 즉각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공개소환, 피의자 포토라인 세우기, 피의사실 공표, 심야조사 등을 포함한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 개선안은 실태 점검 뒤 내놓겠다고 했다. 일단은 검찰이 대통령의 최후 통첩과도 같은 자체개혁 주문에 대해 즉시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9월30일 (출처:경향신문DB)
이번 개혁안은 “검찰이 꼭 해야 될, 반드시 필요한 일에 집중해서 하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고 한다. 그런데 내용을 분석해보면, 미흡한 수준을 넘어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3개안 중 2개안은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권고안과 다를 바 없다. 개혁위는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로 중심을 이동시키라”고 권고했다.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는 지난해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다. 대통령 주문에 바로 답은 제시했으나 급조한 탓에 개혁위의 주문대로, 혹은 과거 발표한 내용을 모아 내놓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방안은 실효성이 없고, 파견검사 복직은 파견기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게다가 3개안의 시행 권한은 모두 법무부가 쥐고 있다. ‘개혁 저항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면서 검찰개혁 작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실효성도, 실행 능력도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 개선 등 대통령의 핵심 주문에 대해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인권보장을 최우선에 두고 검찰권 행사 방식 등을 점검하겠다”며 “변호사·언론인, 시민사회·인권 단체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지만, 대통령과 ‘100만 촛불’의 주문은 검찰권의 분산과 공정한 행사다. 검찰은 국민 모두가 납득할 만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혁에 저항하는 권력집단’이라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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