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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속담말ㅆ·미]갈모형제

opinionX 2019. 10. 1. 14:00

<카인과 아벨>은 신에게 편애 받는다 여겨 형이 동생을 죽인 이야기입니다. 한 핏줄이라도 형제자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가 있습니다. 자식이 칭찬 들으면 부모는 흐뭇해서 웃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잘나갈수록 심사 꼬이는 형도 있습니다. 부모 사랑 독차지하다 동생 태어나서 찬밥처럼 느끼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고개 못 가누는 어린 동생을 ‘때찌’하거나 동생 잘못을 고자질하기도 하죠. 그러다 생각이 크면서 자연스레 손아랫사람을 감싸고 우산이 되어주는 품 넉넉한 손윗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공평치 않고 어느 한쪽으로 더 기운다 느끼면, 관심과 사랑을 나눠 받는다기보다 빼앗긴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 감정 그대로 큰다면 우애를 가장하면서도 동생을 부모와 이웃, 세상 모두에게서 경쟁상대로 보게 되겠죠.

속담에 ‘갈모형제’가 있습니다. 갈모는 주름진 원뿔 모양의 기름종이 고깔입니다. 얼굴과 비싼 갓이 비 젖지 않도록 갓 쓴 위에 벌려 덮고 턱 밑에 끈 매서 머리 우산처럼 사용합니다. 비 그치면 빗물 탁탁 털고 접부채만 하게 주름 접어 소매에 넣었죠. 갈모는 원뿔 형태라 꼭지 아래로 둘레가 점점 넓어집니다. 주름져 있어 원하는 만큼 더 넓게 펼 수 있습니다. 이런 갈모 모양을 두고 형제 간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보다 출중한 경우를 일렀습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동생만 못한 형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럴 때 카인 같은 형이라면 어땠을까요. 갈모가 넓고 넓게 펴지듯, 동생이 잘나가고 칭찬 들을수록 못난 형은 꽁하다 못해 꼭지가 돌 겁니다. 그래, 어디 널리 펼쳐봐라, 시기심에 꼭지 콱 누르니 고깔이 판판해지다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힙니다. 동생 못 되길 바랐더니 그 뾰족한 마음을 깔때기로 내려 받으면서도 형 잘되길 큰마음으로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역시, 갈모형제 맞았습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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