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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MERS·메르스) 환자가 하루 사이에 23명이 추가돼 모두 8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1명 발생해 총 6명이 됐다.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도 5곳이 늘어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이 29곳으로 확대됐다. 10대 환자도 처음으로 발생했다. 주초 메르스 확산세가 가히 기록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그동안 메르스 환자 발생은 사우디아라비아 1026명, 아랍에미리트 76명, 요르단 19명, 카타르 14명 순이었다. 어제 메르스 환자가 87명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은 세계 2위 메르스 발병국가가 됐다.

중동지역에서 유행하던 메르스와 한국의 메르스는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것이라고 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2번째 환자의 검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첫 메르스 바이러스인 네덜란드의과학연구소(EMC) 표준주와 99.55%,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 분리주와 99.82%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한 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유독 강한 전파력을 보이는 게 이제까지 ‘한국형 메르스’가 보여준 특징이다. 그래서 중동(Middle East)의 약어 대신 한국(Korea)을 뜻하는 말을 넣어 ‘코르스(KORS)’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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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메르스 첫 10대 환자가 발생하고 무더기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심환자를 태우고 온 구급대원들이 구급차를 소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물론 한국형 메르스의 강한 전파력은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망, 정보·소통 부재 등에 기인한 바 크다. 그 결과가 다른 메르스 발병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슈퍼 전파자’의 양산이다. 중동에 다녀온 뒤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첫 감염자는 36명(2차 감염 28명, 3차 감염 8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노출된 14번째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을 거치면서 34명의 3차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역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16번째 환자도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14명에게 메르스를 옮겼다. 인간 대 인간으로 쉽게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아직 한국형 메르스의 강한 전파력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 병원의 감염 관리 부실, 가족 간병과 병문안으로 북적이는 병실, 대형병원 응급실 환경 등 한국 병원문화의 특수성도 메르스 전파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오늘부터 WHO에서 파견된 메르스합동평가단이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국내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 등을 규명하는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WHO와의 공조를 통해서라도 메르스 확산을 조기에 통제하고 국제사회에 믿음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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