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소방이야기39] 소방공무원 채용의 기준

소방관이 되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열정, 높은 수준의 헌신도와 도덕성,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 기술이 필수다.

소방관이란 직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직업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직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대단히 위험하면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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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방관을 채용할 때에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소방관 자신의 안전까지도 지키는데 최고로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소방관 채용에서 보통 6단계에 걸쳐 검증한다. 필기시험, 체력측정, 신원조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약물검사 및 오리엔테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결과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고의 소방관을 채용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범죄, 성범죄, 마약 및 폭행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할 수 없다. 미국은 소방관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미 연방 소방국에서 발표한 소방관 윤리강령(Firefighter Code of Ethics)에도 잘 나타나 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소방관의 범죄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동료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징계를 받은 소방관이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5월에는 또 다른 현직 소방관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민들을 흉기로 위협했다. 이 소방관은 나흘 뒤 한 마트에서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출동한 경찰관을 머리로 들이받아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폭행행위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해당 소방관이 과거 2건의 공무집행방해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아무런 문제없이 소방공무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채용과정에서의 검증이 허술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관 범죄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그 유형도 다양하다. 무면허 운전을 포함한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가장 많았다. 공무원으로써의 자질이 의심되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불륜, 유사 휘발유 취급, 폭행, 쌀 직불금 부당수령, 자동차 관리법 위반, 야생 동식물법 위반 등도 있다.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소방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보편적인 기대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나 내 생명과 재산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에서도 우수한 소방관을 채용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면접 시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확대, 인성과 적성검사 결과를 면접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시행규칙(국민안전처 예규 제5호)을 보면 소방공무원 면접시험 실시기준이 나온다. 1단계는 전문지식과 기술, 2단계 개별면접에서는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적성, 예의, 품행, 성실성 및 봉사정신을 평가한다.

소방관 채용 시 체력과 기술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겠지만, 소방관으로써의 충분한 자질과 인성 그리고 도덕성이 검증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가이드라인의 마련이 필요하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소방관’을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소방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진정한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소방관이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가치관과 패턴의 변화를 요구 받는다. 자기중심적 삶에서 타인 위주로, 사익을 추구하던 것에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의 변화다.

119의 옷을 입고 소방가족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소방의 굳건한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묵묵히 일 해 온 선배들의 노력의 빛이 바래지 않도록 본인 스스로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