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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3당의 협상이 좀처럼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과 여타 법안들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경두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을 추경 처리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한국당은 그간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를 올스톱시킨 채 장외를 맴돌았다. 국회 정상화 협상에선 이견이 좁혀질 때마다 정치개혁특위 재구성, 경제청문회 개최, 북한 목선 국정조사 등 갖가지 조건을 추가로 내놓으며 국회 등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지각국회에서 난데없이 국방장관 해임안을 또 들고나온 것이다. 정치는 협상이라지만, 추경을 볼모로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부르는 행태에 어지럼증이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안과 국방장관이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국방장관 해임안에 대해 “군 내부 기강의 문제는 해당 부대 지휘관이 책임지고 개선할 일이지, 정부의 안보정책·대북정책 문제로 확대시켜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안보가 무너졌다고 국방장관이 책임지라는 건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했다. 그의 지적이 옳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을 몰아세우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란 정치적 계산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나, 야당의 정치공세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지금 나라 현실이 위기 상황이라는 건 모두 잘 알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대외 경제여건도 악화일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투자와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추경은 지난 4월25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석 달이 다 되도록 묶여 있다. 5월에 처리돼야 경제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 6월을 넘기고 이젠 7월에도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번 추경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3000억원도 긴급 편성됐다. 민생·재해 등 다른 예산도 급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런 추경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는 건 국회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7일은 제71주년 제헌절이다. 70년 전 제헌의원들은 새 조국을 만든다는 열정으로 1년 365일 중 320일 이상을 밤낮으로 일했다고 한다. 지금 국회는 문을 여는 게 뉴스가 되는 판이다. 누구보다 법치를 지켜야 할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조차 쉽게 어기는 일도 허다하다.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정치인이 조롱거리가 되고,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제헌절을 맞는 심정은 더욱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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