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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만 떠돌던 아마추어 농구계의 검은돈 거래 실태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대한농구협회 간부 4명은 2008년 1월부터 각종 대회에서 특정 심판 배정을 대가로 54개 농구팀 감독·코치들로부터 총 256회에 걸쳐 1억9000만원을 챙기고, 심판 16명은 유리한 판정 등을 구실로 155회에 걸쳐 570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리에 연루된 심판은 협회 소속 전체 25명의 64%나 되고 돈을 상납한 농구팀은 전국 202개 팀의 27%에 이른다. 실업 농구팀은 물론 초·중·고·대학팀까지 포함돼 있다. 아마 농구계에 만연한 금품 거래 관행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래서는 스포츠라 할 수 없다. 비리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리는 한편, 이 같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협회 간부들이 심판 배정 권한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돈을 받은 것부터 큰 충격이다. 위에서부터 썩을 대로 썩은 것이다. 더욱이 일부 비리 심판의 행태를 보면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경기 전후 농구팀 감독·코치에게 “주 공격수를 5반칙으로 퇴장시킬 수 있다”고 전화까지 해 금품 상납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농구는 심판 판정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독·코치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아마 농구계에 금품 거래가 횡행하는 것은 심판의 열악한 처우가 큰 원인이라고 한다. 등급에 따라 월 40만~60만원의 기본급에 경기당 수당으로 2만5000~6만5000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금품 유혹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심판의 금품 수수가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비리를 저지른 협회 간부나 심판은 농구계에서 영원히 퇴출해야 할 것이다. 팀의 성적을 위해서라지만 심판에게 돈을 상납한 감독·코치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협회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돈으로 승부가 조작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팬들의 발걸음은 멀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심판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찰의 농구계 비리 수사는 강요되는 상납금을 감당하지 못한 학부모의 제보로 시작됐다. 이번 농구계 비리를 보면서 다른 종목은 사정이 어떤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종목별 협회 차원의 점검과 함께 당국의 전반적인 수사가 요구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마 스포츠가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때면 늘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돈다. 덴마크 수준으로 투표율을 높이려면 ‘비겁한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투표율을 높이려면 유권자들이 최대한 투표를 하기 쉽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전투표제를 도입하지는 못할망정, 투표시간을 단 2시간 연장하는 문제도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는 소극적이다. 표를 먹고 산다는 정치인이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참여를 바라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만약 낮은 투표율에 기대어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비겁한 발상이다.


투표하고 싶어요 (경향신문DB)


다른 정당들이라고 해서 비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정당들은 신생정당이 살아남을 수 없도록 선거제도를 만들어 왔다. 전두환 정권 때 국회의원 선거에서 2%를 넘지 못한 정당은 등록을 취소하고 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데, 민주화가 됐어도 이 조항은 삭제되지 않았다. 동일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만 1989년에 삭제됐다가, 그마저도 국회가 2002년에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그래서 지난 총선이 끝나고 녹색당, 진보신당 등은 등록취소가 되고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정당이 자리를 잡으려면 여러 번의 선거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한 번 선거에서 득표율 2%를 넘지 못했다고 정당 이름을 사용치 못하게 하는 법조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조항을 만들어 잠재적 경쟁자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 ‘비겁한’ 기득권 정당들의 모습이었다. 이제 이런 식의 비겁한 정치를 청산하고 정치제도부터 근본적으로 바꾸면 좋겠다. 그것이 진정한 정치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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