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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오늘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한·중관계는 기로에 서 있다. 불신은 확대되고 경제협력 및 안보협력은 격감하고 있다. 양국이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를 따로 여는 지경이다. 5년 전 수교 20주년 기념행사를 양국이 공동주최하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 등 중국 고위층이 대거 참석해 성대히 치른 것과 비교된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커녕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간 한·중관계는 도약을 거듭했다. ‘우호협력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했고, 인적 교류는 연 1000만명을 넘었다. 교역규모도 급성장해 수교 당시보다 33배나 증가했다.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국가의 토대를 닦았고, 중국은 G2 국가로 성장했다. 양국이 정치·경제적 보완관계인 데다 동북아의 전략 환경도 양국관계에 우호적이었던 덕이다. 하지만 지금 양국을 둘러싼 전략적·경제적 환경은 악화됐다. 중국의 급성장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패권경쟁, 여기에 북핵까지 엉켜 한반도 문제는 한층 복잡해졌다. 중국은 G2에 걸맞은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역외균형자 역할을 인정해오던 태도가 바뀌고, 한·중관계도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은 이 같은 전략적 환경의 산물이다.

12일 오전 국방부와 환경부 관계자 등이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서 전자파·소음 측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갈등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설령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한·중관계가 전면적 협력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국관계의 기존 틀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한·중 모두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 단절하고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은 대중국 교역규모가 전체의 30% 정도이나 전체 대외무역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반면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이 차지하지만 대외무역이 GDP의 2%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드 갈등은 여러 현안 중 하나가 아니라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다. 빨리 해소해야 하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심화되는 사드 갈등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와 요격미사일 4기의 임시배치 등 한국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로는 악화된 사드 갈등 해소도, 한·중관계 회복도 가능하지 않다. 특히 미·중 갈등 국면에서 사드 문제를 앞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국의 안보이익도 추구하면서 동시에 미·중이 전략적 타협국면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 역시 사드 갈등에 매달리는 것이 북핵 해결은 물론 중국의 국익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외교안보를 위해서도 한국을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한·중관계 악화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G2국가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는 배타적인 부분이 있지만 얼마든지 조화로운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중 양국은 사드 갈등 등 현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미래의 향방이 결정되는 관건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사드 갈등이 바람직한 미래로 가는 성장통이 되도록 머리를 맞대고 더 많은 전략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만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 한·중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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