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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의혹도 밝혀진 게 없다. 우 전 수석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복합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줬다가 지난 6월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돈을 돌려받은 과정에서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몰래 변론’ 같은 개인 비리 외에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최씨 등을 내사하는 과정에 개입해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벌 수사도 미완성이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삼성 등 재벌과 청와대 간의 거래가 보다 정밀하게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검찰은 2주쯤 뒤 특검에 모든 수사 자료를 넘기고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일이 산더미인데 몸만 풀다가 가는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수사팀은 검사보 4명, 파견 검사 20명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32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검찰 특별수사본부보다 인력이 적다. 특검의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120일이지만 대통령이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90일이다. 검찰 수사마저 거부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를 고려하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에 수사할 시간을 1~2주라도 더 주는 것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효과적이다. 정권에 굴종했던 검찰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할 기회를 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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