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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적으로 진상규명 작업을 더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인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사법부의 문제를 사법부 밖으로 끌고 나가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을 심판해야 할 법원의 위치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얼마나 치욕적인지도 짐작한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법관 사찰이라는 반헌법적·반민주적 사건을 자체적으로 규명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은 청와대의 ‘원세훈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외부기관의 영향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전원합의체(전합)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했다. 관여 대법관들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납득하기 어렵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판결과 관련해 청와대와 동향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다만 전합 회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희망’에 따른 것인지, 대법원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추가로 밝힐 사안이다. 그런데 대법관들은 유감 표명조차 없이 ‘우리는 무관하다’는 주장만 내놨다. 시민의 충격은 헤아리지 않은 채 위상 보전에만 급급한 행태다. 더구나 13명 중 ‘원세훈 전합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은 7명뿐이다. 나머지 6명은 자신들이 관여하지도 않은 사건을 두고 ‘관여 대법관들’의 들러리를 섰다.
최고법관답지 않은 대법관들의 행태에 비춰볼 때 사법부의 자정능력을 믿기는 쉽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개편 등 제도적 개선도 약속했으나,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미래를 이야기하는 일은 공허하다. 검찰 수사든, 특검이든 강제수사로 가는 길을 피하기는 어렵다. 김 대법원장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수사의뢰 등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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