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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지난 22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장관이 재임 시 박근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임원 후임자들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일부 지원자에게 면접 자료를 미리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장관으로는 최초로 구속될 위기에 몰렸다.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22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추려 사표 제출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7월 31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 전 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수사관이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 김 전 장관과 환경부는 이를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인사들을 상대로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감사’ ‘거부 시 고발 조치 예정’ 등을 계획한 사실이 검찰의 압수수색 문건에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은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임원 동향은 파악했지만 사퇴 압력을 넣지는 않았다”고 했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시민들이 김 전 장관과 환경부의 해명을 믿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도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체크리스트”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바라는 대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김 전 장관 측에서 청와대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실에 경위를 해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사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김 전 장관과 청와대가 어떤 상의를 했으며, 그 일이 과연 적법한지를 가리는 일이다. 여권은 공공기관 임원 인사권을 갖는 대통령이 해당 부처 장관과 인사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적폐라 해도 적법한 방법으로 청산해야 한다. 혹여 박근혜 정권 때처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불법적으로 배제했다면 말이 안된다.

25일 진행되는 구속적부심에서 김 전 장관이 구속될 경우 수사는 곧바로 청와대를 향하게 된다. 검찰은 조만간 신 비서관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 청와대 역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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