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어제 브리핑을 통해 고려항공 직원과 북한 외교관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북한 외교관의 범행 연루 의혹은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직접 개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더 이상 달아날 구석이 없어 보인다.

말레이 경찰은 두 사람을 조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북한 대사관 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것이라며 강제수사 의중을 내비쳤다.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송환도 요구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가 여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 북한 국적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처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22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부킷아만의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광성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등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들의 신원을 추가로 밝히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_ AFP연합뉴스

북한은 지금까지 궤변과 억지를 부려가며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했다. 말레이 경찰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심지어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결탁해 조선(북한)을 배후로 몰고 간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공항 폐쇄회로(CC)TV 동영상 등 과학적 증거가 사건의 배후가 북한임을 가리키자 물타기 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남 탓하기 전에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국제사회에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혈족이 사망했는데도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원수로서 무책임할뿐더러 형제간 도의에도 맞지 않다. 

사면초가의 북한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길은 지금이라도 국제사회 규범을 지키는 것이다. 먼저 말레이 당국의 사건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8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를 말레이 수사 당국에 보내 조사를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제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