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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막장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자 박 대통령 측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도 헌재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발언만 하고 심문에는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헌재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는 싶은데 공개 석상에서 홀로 소추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자신이 없으니 그런 상황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에서까지 특권을 요구하며 끝까지 책임을 모면할 틈을 노리고 있다. 이건 대통령의 대응이라고 할 수 없는 떼쓰기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자진사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이대로 탄핵당할 바에야 자진사퇴할 테니 탄핵은 각하하고 형사책임은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자진사퇴설을 부인했다. 책임의식도, 자존심도 없는 비열한 행동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4일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과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들의 행태는 막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그제 헌재 변론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위해 이토록 비이성적·반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 경악할 뿐이다. 어제는 김진태·곽상도 등 법률가 출신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재판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탄핵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했다.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자기 보신에 이용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 측의 대응을 보면 헌재 결정이 나오는 순간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혼란과 국가 분열을 부추기는 한이 있더라도 탄핵을 모면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하지만 탄핵열차는 멈출 수 없다. 탄핵 전 자진사퇴도 명분이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자진사퇴의 길을 터주면 죄가 없다고 주장할 게 틀림없다. 탄핵 후 사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시민 앞에 단 한번이라도 진실한 모습을 보이라. 박 대통령을 뽑은 시민들이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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