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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거부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어제는 야 3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에 삿대질까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당은 많은데 대치 정국을 풀 정당 하나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아쉬운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다. 국민의당은 지난주 야 3당 정책위의장 회동 뒤 추경안 반대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여공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것은 당리를 위한 선택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각오하고 여권을 흔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에 타격을 입을 일도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다르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을 비판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 최근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도가 3주 내리 하락한 것이 그 증거다. 국민의당은 지지여론이 두 배나 높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도 끝까지 반대했다. 존재감도 상실하고 지지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과 공조하면 계속 식물정부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망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결코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여 강공 일변도의 노선을 수정하는 게 옳다. 캐스팅보트를 활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촛불시민들이 요구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명분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면서 민심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떤 정당도 과반이 안되는 다당 체제이기에 여야 간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미 지나치게 여권과 대립한다는 자성론이 나온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바도 있다. 가뭄 해소를 위해서도 추경 통과는 시급하다. 촛불시민들의 명령에 맞설 게 아니라면 국민의당은 하루빨리 추경 등 민생 문제부터 협력할 준비를 하기 바란다. 바로 지금 국민의당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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