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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엿새 만에 숨졌다.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관광객을 억류하다 숨지게 만든 북한의 야만적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할 수 없다. 북한의 반인권적 폭거를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가족에게 조의 전보를 보내 위로하면서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명복을 빈다.

웜비어는 북한 여행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스물두 살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억류된 직후 갑자기 식물인간이 됐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서 빠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웜비어를 진단한 미국 의사들은 식중독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가족들은 웜비어가 혹독한 고문과 학대를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토록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질 리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라도 웜비어 가족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부전산망 개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거론하며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워싱턴 _ AFP연합뉴스

북한이 웜비어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면서 적용한 것은 체제전복 혐의였다. 그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웜비어가 북한 체제전복을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그가 한 행위가 아무리 북한의 관점에서 범죄에 해당한다 해도 턱없이 과중한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웜비어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을 때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런 비인도적 행태는 북한 정권의 폭력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북한은 현재 한국인 6명 등 10여명을 억류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을 즉각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도 석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웜비어 사망이 그의 가족과 미국인에게 비극일 뿐 아니라 북·미관계 차원에서도 나쁜 신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긴장상태인 북·미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열릴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미국이 안보를 위협한다며 핵개발에 몰입하고 있지만 인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야말로 더 큰 위협이다. 북한은 웜비어의 북한 체류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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