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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471명이 15일 2박3일간의 합숙종합토론을 마쳤다. 시민참여단은 마지막 설문조사에 응한 뒤 해산했다.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정리해 정부 측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설문조사 결과 어느 한쪽 의견이 표본오차를 벗어날 경우 다수 의견 쪽으로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그러나 ‘오차범위 이내’라면 1~4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사항을 반영한 권고안을 작성한다. 이 경우 정부가 원전의 공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공론화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전준비작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3개월 만에 결론을 내야 했기 때문에 종종 혼선과 갈등을 빚었다. 단적인 예로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과, 원전의 사용자이자 폐기물 처리까지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문가 참여 문제와 팩트 검증 논란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런 만큼 어느 한편이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공론조사는 서툰 점도 있었지만 시도할 가치가 충분한 작업이었다. 원전이라는 첨예한 사회 갈등 사안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숙의로 결정하는 첫번째 시도였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촛불정신, 즉 시민주권주의의 실험이었다.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갈증은 참여단의 열기로 확인됐다. 참가의향을 밝힌 500명 중 478명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그중 98.5%(471명)가 합숙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게이오대(慶應大) 교수는 “일본의 경우 10% 이상이 참석을 당일 취소한다”며 한국 시민참여단의 열기를 높이 평가했다. 시민참여단은 한 달 이상 신고리 5·6호기 관련 찬반 논리를 공부했고, 합숙토론에서도 10시간 이상 숙의와 토론을 거듭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원전 문제는 모든 시민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참여 시민들은 “세대 간 공감의 자리였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즐겁고 행복했다”는 등의 소감을 피력했다. 이것이 숙의 민주주의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계기로 사회적 갈등을 시민들의 논의로 푸는 공론작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 공론화는 의회를 무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포기’가 아니라 ‘보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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