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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달 3일 북한이 단행한 6차 핵실험 여파로 핵무장에 대한 국내 여론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60%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논리로 자유한국당이 핵무장을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핵무장에 부화뇌동하는 국내 원자력 전문가 몇몇과 보수언론들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독자 핵무장 능력을 훼손시켜 국가안보에 심각하게 해롭다고 질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남북한 자멸의 길을 걷게 만들 남북한 핵무장 주장은 위험하다. 그리고 탈원전 정책은 국내 핵무장 가능성 훼손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국가안보에 이롭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북핵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상호공멸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 그사이 기존의 한·미 재래식 전력 및 미국의 핵우산으로 북핵 저지는 충분하다. 북한이 자살의 길을 택하지 않는 한 핵무기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다.

북핵 억지 차원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을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이 핵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냉전시대 미·소 간에는 핵미사일이 발사되어 상대국을 타격하기까지 30분 전후의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그 시간이 5~10분 정도다. 날아오는 미사일이 핵미사일인지 재래식 미사일인지 구분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한 순간 나도 핵미사일을 그 국가로 발사해야 한다. 상호공멸로 이어진다.

또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경보시스템의 오동작 등에 의한 우발적인 핵전쟁 발생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예로, 1983년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오인한 소련의 위성이 미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기를 소련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잘못 해석해 미·소 간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위기를 슬기롭게 방지한 스타니슬로프 페트로프의 이야기는 국내 언론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국내 원전을 모두 정지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발생한 경수로 및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에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8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80t, 현재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7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20t이다. 플루토늄 8㎏을 핵무기 1기 분량으로 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근거하면, 1만2500기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경까지 원전 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수십년 걸리는 원전 폐기 기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원자력 기술 및 전문 인력의 필요성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탈원전 정책으로 핵무기 만드는 원료가 모자란다거나 관련 인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다.

그리고 사실, 핵물질 생산 이외의 핵무기 제조 분야는 원자력 전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발파공학 등 화약을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이다. 원전기술이 세계적이라고 핵무기 제조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원전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급소다.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다. 국내의 원전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다. 북한 미사일 공격 등에 의해 격납건물 내 원자로 용기 또는 원자로 냉각장치가 손상받거나,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속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는 저장조 냉각장치가 손상되면 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주변 환경으로 퍼져 나간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보다 훨씬 대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대용량 발전의 다수 원전의 정지는 주변 지역 정전, 나아가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국가 정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이야말로 국가안보에 이롭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강정민 | 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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