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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휴일근로 수당을 지금처럼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하자 노동계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환노위는 28일 소위를 열어 ‘휴일근로 중복할증’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중복할증이란 노동자가 휴일에 근무하면 휴일수당과 연장수당 둘 다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중복할증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법원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만큼 하루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이런 행정해석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8시간(주 5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근로 16시간)으로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 2113시간, OECD 회원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 1766시간. 출처: 경향신문DB
여야는 올해 초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해왔다. 국회 환노위 여야 3당 간사는 지난 23일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못 박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하루 8시간까지는 현행처럼 50%만 가산해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도록 했다. 150% 지급에 찬성한 의원들은 휴일근로 중복할증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중복할증이 되레 노동자들의 휴일근로를 유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며 휴일에 쉬는 것을 원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휴일에 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애초 초과근무에 할증을 붙인 것도 휴일이나 연장근로에 ‘비싼 값’을 매겨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렇잖아도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1764시간)보다 305시간이나 길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것도 억울한데 법정수당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여야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법제화와 휴일근로 중복할증 적용을 통해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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