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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수고용노동자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해진다.
노동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3년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서둘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노동이 당당한 공정사회’를 만드는 밑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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