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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이 마침내 노조 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했다. 노동부가 전국 단위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택배기사를 노동자로 판단하고 노조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노동부의 결정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올해 초 출범한 택배노조는 지난 8월31일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뒤 노동부로부터 5차례에 걸쳐 보완요구를 받았고, 두 달여 만에 설립신고필증을 받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업체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자신의 영업용차를 갖고 CJ대한통운 같은 업체에 등록해 보수를 받는 지입제로 근무한다. 택배기사들은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 골프장 캐디처럼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왔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택배기사 5만여명을 포함해 230만명에 달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동안 택배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과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도 계약을 맺은 택배업체의 통제를 받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70시간이 넘는다.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는 집배원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택배기사가 한 건을 배달하고 받는 수수료는 700~800원으로 한밤중까지 물건 100개를 배달해야 7만~8만원을 벌 수 있다. 게다가 택배업체는 배송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곤 한다. 택배업체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택배기사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기 일쑤다.
노동부는 택배노조와 함께 설립신고서를 낸 대리운전 기사들의 전국 단위 노조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지역 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을 전국 단위로 바꾸는 설립변경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신고는 사안별로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법에 규정된 ‘노동자’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하지 않았던가. 노동부는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노조를 만들 권리를 보장해야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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