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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가 반년 만에 심사를 재개하기로 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퇴행시키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이다. 국민적 여망이 담긴 ‘원안’은 고사하고,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정부수정안보다도 퇴보한 빈 껍데기 김영란법안을 당정이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보고받은 김영란법 ‘검토안’은 법안의 핵심 내용을 형해화해 “부정청탁금지와 이해충돌방지”라는 법의 목적을 무색하게 한다. ‘김영란법’의 골간은 공직자가 일체의 금품과 향응을 받지 못하게 하고, 가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토록 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정부수정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을 면제해 공직자들의 ‘부패 출구’를 널찍이 열어놨다. 권익위의 ‘검토안’은 솜방망이 정부수정안을 더욱 개악(改惡)해 외려 부정청탁을 ‘조장’하는 꼴이다. 우선 부정청탁의 개념을 완화·축소하고, 부정청탁 예외 사유를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부정청탁 처벌도 1차 부정청탁은 면해주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할 때만 과태료를 물리는 식으로 후퇴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의무 신고’도 ‘임의 신고’로 바꾸고, 이해충돌금지 부문도 완화했다. 이러한 방안이 통과된다면, 공직사회의 적폐를 도려낼 강력한 부패방지법이라는 본디 취지는 설 땅이 없어진다. ‘김영란법’이 아니라 부정청탁을 양성화한 “박근혜 정부의 ‘박’영란법”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김영란 (출처 : 경향DB)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 혁신과 관피아 척결을 외치며 김영란법 원안 처리를 다짐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 당정이 청렴 혁신과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핵심 내용을 무력화해 외려 부정청탁을 합법화시키고, 직무관련성이 없는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를 전면 허용하는 ‘부패조장법’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김영란법 원안 처리를 극구 회피하는 건 결국 그것으로 불편해질 국회의원과 공직자들이 기득과 부패 카르텔을 벗고 싶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정부와 여당은 ‘꼼수’를 포기하고 누더기가 된 김영란법을 원상복구해 처리해야 한다. 현재 야당이 원안과 가까운 법안 2개를 발의해둔 상태다. 국회 정무위의 본격적인 법안 심의, 대안 마련 과정이 온전히 김영란법 원안을 복원하는 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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