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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속·증여세법 개정논의가 진행 중이다. 가업상속공제란 중소·중견기업의 승계과정에서 상속세가 경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깎아주는 것이다. 논의되는 주요 내용은 대상기업을 현재의 연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1조2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도 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속세를 공제받기 위해 지켜야 할 조건의 완화도 들어있다. 정부와 여당도 가업상속공제의 완화에 긍정적이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고, 경제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제요건 완화는 자칫 과도한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7년 가업승계제도가 도입될 당시 대상은 중소기업이었고 공제한도도 1억원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대상과 공제한도가 늘어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제대상 기업을 3000억원 미만에서 1조2000억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것은 대기업에까지 혜택을 주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당초 중소·중견기업에 가업승계를 돕겠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부 고액자산가와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은 조세정의에도 어긋난다. 지나친 상속세 혜택은 기업혁신을 저해하고 부의 세습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현재의 과세체계가 일부 기업인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이를 줄이자는 내용의 법안도 올라와 있다.

국회와 정부는 가업승계세제의 논의에 앞서 운영실태를 파악해 보아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가업상속공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이용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370만개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이용하고 있는 곳은 연간 60곳에 불과하다.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공제를 받으려면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가업용 자산의 유지, 정규직 노동자 수 유지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들은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먼저 현 제도의 보완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공제대상과 공제액을 확대하는 것은 나중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차제에 실증적인 자료 분석을 통해 가업승계세제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개선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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