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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13일 열린 ‘제 10차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19조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골자는 2020년 이후 착공이 예정됐던 12조6000억원 규모의 13개 민자사업을 연내에 착공하고, 11개 민간사업 4조9000억원 규모의 사업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간이 투자 가능한 사업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을 끌어들이면서 기본적으로 거쳐야 할 절차를 어물쩍 넘기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부가 연내 착공하겠다는 13개 대형사업은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민원 때문에 지연돼왔다. 이런 사업들에 속도를 내다가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의 필요성과 부작용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11개 민간사업(4조9000억원)의 착공시기를 평균 10개월 앞당기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민자 적격성 조사’의 기준을 법 개정을 통해 완화하겠다고 했다. 민자 적격성 조사란 민자사업에 대해 사업타당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성 항목을 빼기로 했다. 부실화를 예방할 장치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정부는 시민우려를 감안해 ‘투명한 사업정보 공개’를 통해 불신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 행태로 볼 때 이런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1월30일 (출처:경향신문DB)

정부는 지난 1월 24조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경기부양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업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말하면서 서울·수도권의 대규모 ‘SOC 속도전’에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SOC사업으로 온 나라가 공사판이 될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 ‘SOC사업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면서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그러나 결국 ‘삽질 경제’로 돌아서는 것 아닌가 싶다.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SOC사업은 부실화될 공산이 크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음 세대에 발생 가능성이 큰 후유증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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