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대학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한 비공개 실무진 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논란의 차원을 넘어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주문한 이후 장관이 주재한 첫 회의다. 지난 2일 차관 주재 회의에 이어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수행한 부총리가 귀국 직후 첫 행보로 택할 만큼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한 교육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미 대통령의 발언 진의와는 상관없이 대입 관련 논의가 곳곳에서 불붙고 있다. 대입 이슈의 휘발성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논의는 우려스럽다.
유 부총리는 이날 “학생부종합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올해 초 업무보고 때부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오전 회의에서도 이 논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초점인 수시와 정시 비율에 대해서는 “대입제도는 중장기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2022학년도 입시는 기존 대입 개편방안 발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다행이지만, 대통령이 왜 대입을, 그것도 하필 왜 이 시점에 거론했는지 의아스럽다. 이미 정부 출범 초기 수능 개편안을 추진했다 유보했고, 거센 후폭풍에 몸살을 앓다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가까스로 결정한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원하는 명문대가 정해져 있는 현행 체제에서 대입 정책은 제로섬이고,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해 당사자들은 유불리에 따라 기를 쓰고 찬성 또는 반대를 할 것이다. 시점도,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은 논의다. “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 지시는 부적절하다” “근시안적 대책이다” “교육혁신 의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 지시는 ‘조국 사태’라는 소나기를 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각계의 논평을 새겨들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정부가 약속했던 교육개혁은 입시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중장기 교육개혁을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를 소환할 때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과 전문가,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 등 가급적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아니라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교육정책에 대해 켜켜이 쌓인 불신을 닦아내는 출발점이다.
'주제별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의 안과 밖]교실에 필요한 ‘따뜻한 환대’ (0) | 2019.09.17 |
---|---|
[정동칼럼]대학 구조조정의 외길 해법 (0) | 2019.09.06 |
[정동칼럼]대입제도 개선만으로는 안 된다 (0) | 2019.09.04 |
[사설]특수학교 나래학교 개교, ‘마음의 장애’ 극복 계기로 (0) | 2019.08.27 |
[학교의 안과 밖]홈스쿨링 돕는 의무교육 (0) | 2019.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