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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서초구 ‘나래학교’가 다음달 1일 개교한다. 서울에 공립특수학교가 문을 여는 것은 2002년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이다. 애를 태워온 학생과 가족들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다른 특수학교의 더딘 설립 속도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성숙도와 장애인 인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설립 추진 2년10개월 만에 문을 여는 나래학교는 비교적 큰 갈등 없이 추진됐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의 지체장애학생 66명(순회학급 포함 27학급)으로 교육을 시작하며, 향후 직업교육 과정까지 모두 35학급, 140명가량의 학생을 수용할 계획이다. 이곳도 한때는 인근 주민들이 학교 설립 조건으로 일반 건물 층수 제한 완화를 요구했으나, 그 대신 마을에 북카페를 지어주겠다는 교육청의 대안을 받아들여 문제가 해결됐다.

나래학교보다 일찍 설립을 추진한 다른 특수학교들은 아직도 난항 중이다. 2017년 9월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큰 비판을 받았던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는 당초 지난 3월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주민 민원 등으로 개교가 3차례나 미뤄졌다. 서진학교는 2013년 설립 계획을 세웠지만 이 지역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학교 부지에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총선공약으로 내걸면서 학교 설립이 표류했고, 몇 년이나 지나서 사회적 역풍을 맞고서야 겨우 첫삽을 떴다. 2012년부터 추진해온 서울 중랑구 동진학교는 아직 부지 확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특수학교가 이처럼 기피시설로 간주돼 지역주민에게 보상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만큼 더 편한 학습환경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보다 더 먼 거리를 통학하고 있다.

장애는 성격처럼 개인적 차이일 뿐이다. 장애인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 존중과 배려가 그 척도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 간 벽을 허물고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집값 떨어진다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언제까지 특수학교 설립이 특별한 뉴스가 되는 ‘비정상 사회’에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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