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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를 최순실씨가 사준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최씨를 추가 기소하면서 최씨가 어머니 임선이씨(2003년 사망)와 함께 1990년 삼성동 주택 매매계약을 10억5000만원에 체결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 공개 때 기준으로 하면 삼성동 집 가격은 25억3000만원이다. 박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때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 살던 집을 판 돈으로 샀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직전까지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은 당시 6억원이었고, 삼성동 집값을 지불했던 1990년 7월에는 아직 장충동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였다. 특검팀은 당시 삼성동 주택 거래를 중개했던 부동산 업자로부터 최씨 등이 모든 계약을 진행했다는 증언과 대금 지급 방법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3월 6일 (출처: 경향신문DB)

최씨는 박 대통령 옷값도 댔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최씨가 마련해준 의상과 액세서리 값은 3억원이 넘지만 박 대통령이 지불했다는 증거는 없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집과 옷을 사준 것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경제적 공동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박 대통령은 최씨를 “과거 오랫동안 옷가지, 생필품 등 소소한 것들을 도와주었던 사람”이라고 했지만 수십억원짜리 집과 수억원대의 의상은 결코 ‘소소한 것’이 될 수 없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매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장기간 호의를 베풀기는 어렵다. 최씨가 강원도 평창에 박 대통령 퇴임 뒤 거처를 준비한 정황도 있다. ‘모두 최씨에게 속았다’는 게 박 대통령 주장이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한 몸처럼 얽혀 있다면 최씨가 삼성 등 재벌·대기업들로부터 뜯어낸 돈은 박 대통령에게 간 것이나 다름없다.

최순실씨 개인 재산이 220억원이 넘고, 최씨 언니 등까지 합쳐 최씨 일가 재산이 2000억원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운영 외에는 특별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최씨가 어떻게 이 같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 보다 엄정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최씨 아버지 고 최태민씨가 1970년대 새마음봉사단 활동 등을 하며 빼돌린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이 최씨 재산에 추징보전을 청구한 것은 당연하다. 범죄로 얻은 수익이라면 모두 환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지금이라도 진상을 밝히고 석고대죄하는 것이 그나마 죗값을 줄이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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