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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 원인을 물대포(살수차) 직사살수로 인한 외인사(外因死)로 결론 내리고,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과 신모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 물대포 조작 경찰관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물대포 운용 지침을 어기고 백남기 농민의 머리에 2800rpm의 수압으로 13초 직사살수하고, 백씨가 넘어져 두개골 골절을 입은 후에도 다시 17초 직사살수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공개된 폐쇄회로TV 영상을 통해 초등학생도 알고 있던 사실이 이제야 검찰에서 확인된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사건 발생 1년11개월, 백남기 농민 사망 1년1개월 만이다. 정권교체 덕분이라고 위안을 삼기엔 고인과 유족, 시민들의 상처가 깊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러나 검찰은 백남기 농민 사건이 국가 공권력 남용 사안이라면서도 당시 치안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총장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소환도 하지 않고 한 차례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현장 지휘관과 살수 요원 등을 지휘·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때 최고 단계인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경찰의 강경 진압을 결정하고 실행한 장본인이다. 검찰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백남기 농민에게 가해진 물대포의 수압은 건물 50층 높이인 150m까지 물을 쏘아올릴 수 있을 정도다. 물대포의 이런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뒤에도 계속 쏘아댔는데 검찰은 이를 실수라고 판단했다. 소극적인 수사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은 경찰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9월25일 백남기 농민 사망 때 경찰이 서울대병원의 병사(病死) 판정을 근거로 고인의 시신 부검까지 시도하는 억지를 부린 것도 검찰의 수사 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족의 고발에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는 눈 한번 끔벅하지 않았다. 검찰은 유족에 사과하고, 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외인사 아닌 병사로 조작한 의혹에 관해서도 밝혀야 한다. 서울대병원 수뇌부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은 물론이고 청와대와도 수시로 접촉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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