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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희생자 영결식이 치러진 23일부터 인구 13만6000명의 충북 제천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라 할 만큼 ‘슬픔의 바다’를 이뤘다. 나눔의 삶을 살아온 봉사천사와 대학 입학이 확정된 손녀·엄마·외할머니 등 단란했던 3대, 알바생을 구하는 스포츠센터 매점을 찾았던 대학 합격생 등…. 누군가에게 할머니, 아버지·어머니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아들, 손자·손녀가 ‘살려달라’는 전화를 걸고, 밀폐된 공간의 유리문에 손톱자국을 남긴 채 안타깝게 숨져갔다.
참사 현장은 참담했다. 정부가 때로는 앞장서 규제를 풀어주고, 사고 때마다 땜질처방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이 안전불감증은 어느덧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곳곳에서 쌓인 안전불감의 티끌이 거대한 불길로 번졌다는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용자들이 그 존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할 2층 비상계단은 목욕용품 보관대에 가려져 있었다. 화재진압 장비의 이동과 설치를 방해한 불법 주정차 차량들도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원인이었다. 촌각을 다투어야 할 소방당국의 입장에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을 훼손해서라도 소방장비를 빨리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 운전자가 소방관에게 피해 보상을 청구하면 꼼짝없이 물어줘야 할 판이다.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소방관이 소방활동 중에 발생한 피해를, 그것도 ‘자비’로 변상한 사례가 20건이나 된다. 불법 주정차로 인한 화재피해를 막는 법안은 수개월째 국회 상임위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기본이 통하지 않는 비상식 사회이니 터무니없는 참사가 이어질 수 있다. 또 증축과정에서 불법 테라스를 설치한 점, 화재 3주 전 소방점검 때 문제를 발견하고도 소방서에 보고하지 않은 점, 대피유도등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점 등도 사고 때마다 지겹도록 거론되어온 단골 지적사항들이다.
무슨 사고가 날 때마다 ‘~했다면’이라는 안타까운 가정법이 등장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다. 똑같은 참사가 되풀이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을 참관한 유족 한 사람은 “누굴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좋은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삭이며 정부와, 사회와, 시민을 향한 유족의 신신당부가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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