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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지금까지 7회 치러진 변호사시험(변시)의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별 합격률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변시의 평균합격률은 해마다 떨어져 올해는 처음으로 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간 합격률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로스쿨 출범 10년을 맞아 로스쿨 교육과 변시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한 이유다.
로스쿨 제도는 법조계의 순혈주의를 깨고 다양한 교육·사회적 경험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길게는 10년 이상 사법시험에 매달리며 청춘을 허비하는 ‘고시 낭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10년차에 접어든 지금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재수·삼수를 거듭하는 ‘변시 낭인’이 등장하고, 로스쿨은 ‘수험 법학’에 갇힌 고시학원으로 전락했다. ‘경제·사회적 배려대상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많은 수험생이 변시 대비 학원에 다니는 반면, 이들은 별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엄두도 못 낸다.
논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로스쿨 출범 전 변시의 성격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게 불씨가 됐다. 변호사시험법은 변시가 로스쿨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시행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변시는 의사국가고시와 비슷한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하지만 변호사 수 급증을 우려하는 법조계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법정 기준이 아닌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이라는 자의적 합격기준을 적용해왔다. 이 때문에 로스쿨 기수 간 불평등도 빚어지고 있다. 이전 시험 탈락자로 인해 응시자 수는 증가하지만 합격인원은 1500명 안팎으로 묶이면서 합격선이 해마다 올라가는 상황이다.
법률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변호사업계의 호소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변시 합격자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 점검·보완·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 기준이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시민의 요구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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