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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구호를 내걸었다.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시민의 소득을 늘리고 이것이 소비·투자·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공정경제를 통해 경제활동이 정의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과 많은 일자리, 정의로운 분배를 달성해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임기 절반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3%의 성장을 갖춘 경제’를 약속했지만 첫해만 3.2%였을 뿐 다음해에는 2.7%로 하락했고 올해에는 2%마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가 아닌 경우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해 빈부 간의 격차가 줄어야 한다. 그러나 빈부 격차는 확대되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정부의 ‘1호 사업’인 일자리도 참사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는 호전됐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노인들의 단기 일자리가 많다. 30대와 40대,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했던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대외 경제환경이 나빠진 데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경제불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좋았을 때도 한국 경제는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국내적 원인도 문제가 많다.
먼저 이 정부의 준비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정부 출범 시 4년 임기 동안의 경제 마스터플랜을 짜고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허술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정책을 여럿 내놨지만 돌발변수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민생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는 정책이 시작만 하면 잘 굴러갈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오판도 한 요인이었다. 정부 출범 후 곧바로 경기하강 국면을 맞았으나 오히려 긴축정책을 폈다. ‘반도체 착시’로 경기상황이 좋은 것으로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마저 불분명해 돌발상황에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에다 영국의 브렉시트, 독일 경제의 부진 등 세계 경제가 불투명하다. 한국은 일본과 무역전쟁 중이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수출은 감소하고, 투자와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를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재정 확대는 당연하다. 물론 재정건전성 악화의 우려는 있으나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일회성 사업에 재정을 낭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도 멈출 수 없다. 제조업이 한계에 달한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새로운 산업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도 기약할 수 있다. 혁신성장, 노동·사회구조개혁이 공회전만 거듭하는 것도 문제다. 이들 분야가 경제와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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