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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허가 결정에 반발해 항의사표를 제출했다.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전영우 위원장(국민대 명예교수) 등은 “전문가들이 5개월 동안 조사분석한 결과를 중앙행심위가 단칼에 뒤집음으로써 문화재위원회의 존재가치를 부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말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야생동물의 서식환경 악화와 외래종 침입의 우려가 있다”며 불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지난주 “유산의 보존·관리 외에도 활용까지 고려하는 게 문화재보호법의 입법 취지”라면서 “문화재청이 문화재 활용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문화재의 보존·관리·활용은 원형유지가 기본원칙”이라고 못 박고 있다. 또 국가나 지자체는 각종 개발사업의 시행에 문화유산을 훼손하면 안된다(제4조 3항)고 강조한다. 다른 특별한 법률이 없는 한 문화재보호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제5조)는 규정도 있다. 강력한 문화재보호법을 만든 취지는 분명하다. 경제논리에 따른 난개발을 제한하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유산을 보존·관리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전문가 조사를 거친 뒤 ‘문화재 보존과 관리, 활용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케이블카 사업안을 부결시켰다. 그것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결정이라면 누구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오히려 ‘활용 운운’하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뒤집은 중앙행심위야말로 문화재보호법을 무용지물로 만든 셈이다. 이번 결정은 문화·자연 유산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부추기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자연유산의 상징인 설악산이 무너지면 전국 30여곳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을 막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과 관련된 민원은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유산의 활용’을 내세워 너도나도 중앙행심위에 민원을 넣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재개까지는 마지막 관문이 하나 남아 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다. 친환경 정책을 표방한 새 정부답게 난개발을 부추기는 케이블 사업의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 사표를 제출한 문화재위원들의 우려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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