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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취재 중인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평가하면서도 “지금 이뤄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북·미대화도 함께 진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어조가 다소 강하지만 현 북핵 정세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본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순위 결정전이 열린 18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관중들이 남북 단일팀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강릉 _ 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운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남북관계만 앞으로 나가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북한과 미국을 대화 자리에 앉히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타당한 이유다. 마침 미국도 잇따라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가 한 말 중 가장 강한 대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게 한다.

한·미 양국 간 긴밀한 대북 공조를 위해서도 속도 조절은 의미가 있다. 이는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등 과거 사례를 봐도 입증된다. 당시 남북 정상들이 대화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북·미대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관계 급진전에 미국 조야가 불편해한다는 말이 들린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설득을 해서라도 불필요한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대북정책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유념해야 할 것은 전략과 원칙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전략의 문제이다. 하지만 평화적으로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되는 원칙이다.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고 밝힌 대로 착착 준비해야 한다.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해놓고도 스스로 손발을 묶으면 안된다. 기왕에 남북이 합의한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을 열어 모멘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북·미대화를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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