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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철강수출국에 대한 고강도의 수입규제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한국 철강업체의 수출길이 막힐 정도로 내용이 심각하다. 상무부의 권고안은 3가지다. 첫째,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중국·인도·러시아·남아공 등 12개국에 대해 53%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 둘째, 모든 국가의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 마지막으로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층인 동·북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자동차·철강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휴면상태에 있던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꺼내면서 이번 권고안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원들을 만나 무역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매우 나쁜 무역협정으로 미국에 손실만 낳았다며 재협상을 통해 '공정한 협정'으로 바꾸거나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규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양국 간 FTA 재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또 “소위 동맹국이지만 무역에 관해서는 아니다. 25년간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했다”며 ‘미국과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번 상무부의 권고안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무역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상무부가 한국을 고율관세를 물어야 하는 12개 철강 수출국에 포함시킨 의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미 철강 수출 1위 캐나다는 물론 미국의 이웃인 멕시코와 전통 우방이라고 하는 일본, 독일, 대만, 영국이 빠진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조치를 단순한 보호무역 차원으로만 보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무역규제 파상공세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미 미국이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것이라고 지난해에 거론됐고, 상무부 권고안도 1개월 전에 백악관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무부 권고안이 나온 지난 17일에야 민관합동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도 “피해 최소화에 적극 노력하자”는 원칙론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권고안을 근간으로 오는 4월 최종 조치를 결정한다. 정부는 기업의 타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미국의 무역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별대책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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