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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도 규제개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규제개혁이 핵심 현안으로 선택되는 이유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 제국에서도 규제개혁을 통해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제 독과점 금지나 산업개방 수준의 규제개혁 약발은 잘 먹히지 않는다. 우리의 상황이 이미 그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규제개혁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먼저,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주체 간의 합의와 협상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규제개혁이 일방적일 경우, ‘밀어붙이기식 일자리 창출 노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논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지만 고용주는 이윤 확보에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정부와 기업의 욕구가 서로 타협을 이루는 방향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에 부담이 아니라 이득이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외국 규제개혁 정책과 제도에 대한 형식적 모방이 아닌 국내 상황에 맞는 규제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규제총량제, 포괄적 네거티브 시스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신산업이 갑자기 융성되는 것이 아님은 경험이 증명하는 바이다. 규제총량제, 포괄적 네가티브 시스템은 오래전에 도입되었지만 대상과 층위를 맞추기 어려워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이름이 새로울 뿐이지, 실제로는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과 다를 바 없으며,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외국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제도의 형식에 현혹되지 말고 그 제도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과 평가 방식을 면밀히 관찰하여 시행하는 것이 맞다.

셋째, 대기업의 경우 입지 제한, 인건비, 법인세 등 각종 세금 등이 걸림돌이 되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경영이 안될 정도이다. 지금은 이런 모순적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성찰적이며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특정 집단의 민원 해결을 규제개혁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전 정권에서 7성급 호텔 인허가, 푸드트럭 개조 등은 대표적 규제개혁 실패 사례이다. 정부는 특정 고객의 요구를 규제개혁으로 포장하는 일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다섯째, 혁신적 규제개혁, 창업자유 보장, 신산업 육성 등을 또다시 주창하는 것은 좋으나,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생명공학, 정보통신, 로봇산업,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활용 산업이 출범하였다. 지금부터의 규제개혁은 이런 산업이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고, 그 결과로 일자리 창출이 최단기간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규제에는 당연히 그 존재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도 이제는 독일처럼, 기업의 규제순응비용을 덜어주는 식의 규제방식을 도입하되, 환경 및 안전 규제는 확실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개혁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비트코인 사태에서 보듯이 경제규제 분야에 있어서도 안전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흔히 경제분야는 경쟁의 자유 보장을 위한 규제완화를 개혁으로 인식하지만, 그곳에도 거래 안전의 확보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규제완화를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모처럼 시작한 규제개혁이 잘되기를 바란다.

<전영평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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