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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의 산파역을 맡았던 친문 측근들이 잇따라 2선으로 물러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6일 현 정부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곧 뉴질랜드로 떠나겠다고 했다. 그와 함께 ‘3철’로 불렸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제 할 일을 다했다”며 대통령 취임 당일 해외로 떠났다. 문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호위무사’로 통했던 최재성 전 의원, 정청래 전 의원도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마치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듯 한 자리씩 나눠 차지했던 그간의 정치권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쪽에서 “집권하면 측근들이 완장 차고 전면에 나설 것”이라며 의심 어린 시선을 보냈던 게 무색할 정도다. 최측근 인사들의 자발적인 2선 후퇴는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고, 대통령의 인사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문재인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참으로 신선한 모습이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주일간 청와대 참모 진용을 갖추면서 계파와 지역, 노선을 뛰어넘는 탕평·통합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비문재인계 출신인 임종석 전 의원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하고, 경선 때 안희정 충남지사 측 대변인을 맡았던 박수현 전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은 계파를 불문한 파격인사로 볼 수 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 일면식이 없는 전문 관료를 기용한 것은 많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능력 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통합·대탕평 원칙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이 모든 게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전면에서 물러남으로써 문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부담을 줄여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탕평인사 요구가 높았지만 실천된 적은 거의 없다. 오죽 편중이 심했으면 ‘문고리 3인방’이니, ‘고소영’ ‘성시경’ 인사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고 가야 한다. 그 전에 스스로 뗏목에서 내려 떠난 측근들의 아름다운 퇴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 성공의 문을 연 첫번째 열쇠가 됐다는 평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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