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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일주일이 지났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새 정부의 지향을 보여주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유쾌한 변화를 예감한다. 늦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한다. 새 정부에서 책임을 맡게 될 분들에게도 축하와 함께 높은 소명감을 기대한다. 아울러 나랏일은 공직자만의 의무가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나누어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것처럼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 바란다. 헌정사 70년이 지나도록 성공한 정부를 보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과거에는 장기집권의 과욕 때문에, 최근에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함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다. 국민을 거스르는 정부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첫 100일의 결심이 마지막 100일까지 시종여일하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정부가 성공하고, 성공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우뚝 서고 세계에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미·중·일·러·유럽연합 등 주요국 특사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러시아)·문희상(일본) 특사, 문 대통령, 이해찬(중국)·홍석현(미국) 특사. 연합뉴스

새로운 정부로 새 시대를 이끌어주기 바란다.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겸손한 정부, 국민을 속이지 않는 착한 권력,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통합된 나라, 특권과 반칙이 사라진 공정한 국가를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5년은 매우 짧다. 단기 실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임기가 끝나면 후임 대통령에게 떳떳하게 넘겨줄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새로운 대통령상을 보여주기 바란다. ‘나라다운 나라’의 첫걸음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에서 시작되므로 대통령의 자세가 중요하다.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터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겸비한 융합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은 파격의 선수였고, 김 전 대통령은 돌다리 두드리기의 선수였다. 문 대통령께서는 파격과 두드림의 장점을 균형있게 취하는 대통령이 되어주기 바란다.

국정의 큰 방향을 분단과 전쟁과 지역감정에서 연원한 분열적 대결구조를 완화하고 일체의 차별을 해소하는 데 맞추어주기 바란다. 쉬운 일이 아니고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지만,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가 공식적으로 결의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역사적인 출발을 해주기 바란다. 국민들 마음속에 깊이 내재되어 고착된 망국적인 대결의식과 차별주의에서 벗어나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하여 젊은 세대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일체의 독점구조를 타파한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에드워드 기번과 폴 케네디와 시오노 나나미가 내놓은 분석을 관통하는 망국의 원인은 사치와 방종이며 그 배경에 재화의 독점이 있다. 권력의 독점과 재화의 독점은 쌍생아이다. 고려 말의 토지겸병과 조선 후기의 노론 독점이 그러했다.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재벌독점, 여론 형성을 왜곡하는 언론독점, 교육을 좀먹는 사학독점,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종교독점, 지역사회의 토호독점에서 벗어나야 공정한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

욕심을 부리자면, 국민참여의 영역에서는 세상에 내놓을 만한 ‘가장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안이 참여로, 참여가 통합으로, 통합이 국력으로 연결되는 참여의 선순환 구조가 국정 운영에 적용되기를 바란다. 링컨 대통령이 150년 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미국민들에게 약속했다면, 이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국민이 제안하고,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결정하는 국민에 의한 정부”를 국민들에게 약속해봄직하다.

성공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관료적 행정절차로 축소되어버린 국민신문고를 부활시키면 국민의 뜻을 국정 운영에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 정부의 모든 결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면 정부 결정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모든 공무원들에게 한 직급 높은 결정권을 부여하면 공직사회의 활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반대와 비판을 수렴하는 정부기구를 운영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치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국운 융성의 기회는 매우 드물게 찾아온다. 조선시대 세종과 성종, 영조와 정조 연간에 국운이 융성했지만 후자의 경우 정조의 죽음으로 끝나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다. 영·정조 개혁이 권력 균형을 도모하는 수준에 머물러 권력의 토대인 사회적 독점구조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사회경제적 변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지속될 수 없다. 스타일만으로는 변화를 불러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새 정부가 꼭 유의해주기 바란다.

정대화 | 상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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