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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비리가 축소·은폐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개헌 카드가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던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자신을 향해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의도가 어디에 있건 최순실 게이트는 개헌 논의와 별개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가려 관련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 25일 (출처:경향신문DB)
검찰은 개헌 논의로 세상의 시선이 쏠렸다고 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즉 800억원 강제모금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후광이 없었다면 최씨와 그의 측근들이 정·관·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이 대통령 순방이나 정부의 각종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과정에서 외압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건을 청와대가 개입한 권력형 비리보다는 최씨 개인 비리인 것처럼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두 재단 비리가 최씨 개인의 호가호위에서 시작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검찰은 이런 초점 흐리기에 부화뇌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태도는 미덥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무실은 물론 핵심 피의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주요 수사 대상자들이 줄줄이 해외로 출국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최씨가 두 재단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정·관·재계 인사를 만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비밀아지트나 더 블루K 등 비밀회사 사무실도 모두 폐쇄된 상태다. 검찰이 늑장수사를 하면서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검찰은 뒤늦게 지난 21일 수사인력을 종전 검사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재단설립 및 운영과정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직원과 재단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들이 대부분 해외에 체류 중인 상황에서 검찰은 ‘꼬리 자르기’식 수사나 참고인 소재불명을 이유로 장기미제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실에서 여야는 개헌 문제에 휩쓸려 검찰의 늑장수사를 방관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박 대통령도 개헌 제안이 정략적 의도가 아니라면, 더 이상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특검을 도입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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