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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및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지금이 안보·경제 이중위기 상황임을 들어 국론 결집과 국민 단합, 초당적 국정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 24일 (출처: 경향신문DB)
예산안은 법정시한 내 처리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지금이 안보·경제 이중위기 상황인 것도 맞다. 그러나 해법이 틀렸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단의 조치 없이는 국정이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누구라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오산이다.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두 재단 설립에 자신이 개입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발언의 상당 부분은 최순실씨와 두 재단을 옹호하는 데 할애했다.
혹시 박 대통령은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도 보지 않는 건가. 지금 최씨 모녀를 둘러싼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보수언론마저 모녀의 행방을 추적하겠다며 독일 현지에 기자를 파견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그었다고 의혹을 덮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까지 최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추락을 거듭하고, 추가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오늘 국회에 서는 박 대통령은 예산안 설명에 앞서 최씨와 관련된 의혹부터 설명해야 한다. 도대체 최씨와 어떤 관계이기에 최씨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재벌의 돈을 긁어모으고 최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서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아무런 공직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인 모녀가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온 나라를 어지럽히는 터다. 시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대통령이 이를 모르쇠하며 국론 결집을 당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하기 싫은 말은 피해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온 나라를 ‘최순실 피로증’에서 구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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