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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면서 “두 재단이 미비했던 부분을 다듬어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기관이 철저히 감사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쏟아진 각종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재단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 회의 시간의 절반가량을 두 재단과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을 두둔하는 데 할애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 21일 (출처: 경향신문DB)
최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은 드러난 비리만으로도 두고 볼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가령 허위 문서로 재단설립을 신청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이 특혜성 허가를 내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마지못해 수사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문체부 직원을 소환한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대통령이 나서서 ‘재단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언했다. 진실을 은폐하라고 검찰에 신호를 보내고 싶었던 것인가. 게다가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최씨 등에 대한 비판을 두고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다”거나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이라고 역공하고는 돈을 댄 기업들에 대해서는 “감사하다”고 치하하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최씨와 두 재단, 기업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지시임이 분명하다. 대통령이 이렇게 선을 긋는다면 설령 진실을 안다 해도 감히 나서서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일개 형사부에 맡겨 처음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진정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비선 실세인 최씨와의 관계를 밝히고, 최씨가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그리고 엄정수사만 강조했어야 옳다. 그래도 검찰 수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울 텐데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결백을 주장하고 야당을 탓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어제 박 대통령과 똑같은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수사 결과 문제가 있으면 처벌받아야 하고, 문제가 없다면 정치·정략적 공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최씨 등에 대한 증인신청까지 방해한 새누리당이 엄정수사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길을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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