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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 수준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다. 미세먼지는 일상생활의 패턴을 좌우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면 집 밖으로 나가기가 겁이 나고, 환기를 위해 문을 열 수도 없다. 숨 쉴 공기를 돈 주고 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와있다.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가장 나쁜 수준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는 최악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핀란드보다 4배 높다. 한국 미세먼지의 발생은 인접국인 중국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에 영향을 주는 지리와 기후환경적인 요인 때문이다.

사흘 연속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1일 류빙장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국장은 “(한국이) 맹목적으로 (중국) 탓만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말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부대변인도 “서울 스모그는 서울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의 미세먼지 발생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이는 사실 왜곡이다. 중국의 책임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서해상의 소청초 해양과학기지에서 미세먼지 오염원을 추적한 결과 발원지의 70%가 중국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을 입증하는 생생한 증거도 많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의 공기가 최악의 등급을 기록하자 곧바로 서울의 대기도 악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지 않았다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한국의 공기질 악화는 누구보다 한국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다는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사실 부정이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양국의 공동노력에도 균열을 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미세먼지는 국민의 생명을 갉아먹고 건강을 해치는 공동의 재앙이다. 양국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의 협력적 자세를 촉구한다. 한국 정부도 말뿐인 대책을 넘어서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저감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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