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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화석연료 기반 시기에 누렸던 고속 경제성장이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평균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는데, 소득수준이나 경제규모는 여전히 주요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를 주로 이용한 사회, 특히 중국과 아시아의 대도시 및 우리나라는 대기환경이 매우 악화돼 국민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플랫폼 경제’ 실현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데이터경제와 인공지능(AI), 수소경제를 선택했다. 현재의 국가 경쟁력에 비추어 볼 때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를 이 3가지로 정리한 것으로, 정부는 향후 5년간 9조~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소경제가 에너지패러다임 전환과 에너지 안보, 미래 산업 육성 등을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저감과 전후방 산업 창출 등을 위한 수소경제 성장에 이미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7년에 수소기본전략 및 로드맵을 마련했고, 유럽도 수소전기차·수소인프라 공급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기의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의 경우 수소전기차의 상용분야는 세계적인 기술 수준에 이르렀지만 수소 생산 및 저장 등 인프라 생태계는 아직 미흡해 현재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수소전기차의 부품은 그 수가 매우 많고, 특허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핵심부품인 막전극접합체(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와 금속분리판의 경우 국산화에 성공해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에 적용됐다. 전 세계 주요 정부와 기업이 탈(脫)탄소 및 세계 에너지 전환을 위해 만든 ‘수소위원회’(Hydorogen Council)의 공동 회장사를 맡고 있는 에어리퀴드사의 피에르 에티엔 프랑 부사장은 “현대차가 넥쏘를 통해 보여준 성취는 글로벌 수소사회를 더욱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소 인프라에 대한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핵심기술인 압축기와 저장탱크 등은 현재 기술 개발 중에 있으며, 실증을 통해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수소생산(개질기, 물 전기분해) 부분의 기술 수준도 아직 높지 않다. 물론, 이 정도의 성취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에 보여주었던 에너지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열정으로 이룩한 성과물이다.

이처럼 수소전기차와 관련된 기술은 현재 대기업인 현대차 등이 잘 이끌어 나아가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개발 및 투자를 진행 중인 수소인프라와 연료전지 분야 등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상생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우리나라 수소경제 사회는 전 세계에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강력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과거 정부가 적극 개발했던 에너지 다소비 업종, 즉 중후장대 산업인 석유화학·제철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 구조로는 저탄소 국가로의 이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탄소 사회는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이제 전 세계 국가들이 꼭 이뤄내야만 하는 과제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식 집약적 수소경제로의 이행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편, 수소경제는 국민들의 수용성 부분에서 아직 장벽이 존재한다. 인지도가 높지 않고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부분도 적극 해소해야 한다. 우리가 후손들에게 진정으로 멋진 환경을 물려주려면 지금 치러야 할 적지 않은 비용과 사회의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수소경제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이제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택홍 호서대 수소인프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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